최근 AI 반도체 시장을 공부하다 보면 엔비디아, SK하이닉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브로드컴이라는 기업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저희도 브로드컴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었죠.
다시 요약하자면, 브로드컴은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수많은 AI 반도체가 서로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 네트워크 반도체를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AI 시대의 핵심 수혜주로 평가받으면서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은 약 1조 8,000억 달러까지 성장했습니다. 2026년 6월 기준으로 전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가는 초대형 기업입니다.
그런데 브로드컴과 비슷한 사업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입니다.
마벨은 브로드컴의 단순한 복제품이 아닙니다. 맞춤형 반도체와 광통신 분야에서 자체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커질수록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입니다.
1. 마벨 테크놀로지는 어떤 기업일까?
마벨은 한마디로 설명하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맞춤형 반도체와 데이터 이동용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수많은 GPU와 맞춤형 AI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좋은 반도체를 많이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반도체가 계산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지 못하면, 아무리 비싼 반도체를 설치해도 제 성능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아무리 좋아도 도로가 막혀 있으면 빨리 달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마벨은 AI 데이터센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맞춤형 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서버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와 고속도로 역할의 통신 반도체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마벨은 공식적으로 맞춤형 반도체, 광통신용 DSP, 네트워크 스위치, 데이터센터 간 연결 장비 등 폭넓은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주요 사업 | 쉽게 설명하면 | AI 시대에 필요한 이유 |
|---|---|---|
| 맞춤형 반도체 ASIC | 고객에게 꼭 맞게 제작하는 주문형 AI 반도체 | 빅테크 기업이 비용과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음 |
| 광통신 반도체 | AI 반도체와 서버 사이를 연결하는 초고속 도로 | 데이터가 막힘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음 |
| 네트워크 스위치·인터페이스 | 수많은 데이터의 이동 경로를 정리하는 교통 관제 시스템 | AI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중요성이 높아짐 |
2. ASIC이란 무엇일까?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 정장이다
마벨의 핵심 사업 중 하나는 ASIC입니다.
ASIC은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의 약자입니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특정한 목적에 맞게 주문 제작한 반도체입니다.
엔비디아의 GPU가 여러 기업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성복이라면, ASIC은 특정 기업의 필요에 맞춰 제작한 맞춤 정장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규모가 큰 기업들은 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합니다. 이 기업들은 모든 작업에 엔비디아 GPU만 사용하는 대신, 자사의 서비스에 더욱 잘 맞는 전용 반도체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전용 반도체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기능을 줄이고, 필요한 성능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전력 소비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첨단 반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 브로드컴과 마벨 같은 기업이 빅테크 기업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맞춤형 반도체를 함께 설계합니다.
마벨은 25년 이상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해 왔으며, 지금까지 2,000개 이상의 맞춤형 ASIC을 공급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3. 광통신 반도체란 무엇일까? AI 데이터센터의 고속도로다
마벨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은 광통신 반도체입니다.
AI 반도체가 발전할수록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도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아무리 좋은 GPU와 맞춤형 AI 반도체를 많이 설치해도, 반도체와 서버 사이의 데이터 이동 속도가 느리면 병목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광통신입니다.
기존의 구리선을 이용한 전기 신호는 가까운 거리에서는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거리가 길어질수록 효율이 떨어집니다. 반면 광통신은 데이터를 빛의 형태로 전달하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먼 거리까지 빠르게 보낼 수 있습니다.
마벨의 광통신용 DSP는 데이터 신호를 정리하고 오류를 줄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데이터센터 내부에서는 스위치, 서버, AI 가속기를 연결하고, 필요한 경우 서로 떨어져 있는 데이터센터까지 연결합니다.
마벨은 800G를 넘어 1.6T급 광통신 제품군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이동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산 능력뿐만 아니라 연결 속도도 함께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엔비디아와 맞춤형 AI 반도체가 빠른 자동차를 만든다면, 마벨은 그 자동차가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를 함께 만드는 기업입니다.
4. 브로드컴이 있는데, 굳이 마벨까지 공부해야 할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미 브로드컴이 압도적인 선두 기업인데, 굳이 후발주자인 마벨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을 필요가 있을까?”
브로드컴은 여전히 매우 강한 기업입니다.
브로드컴은 2026 회계연도 2분기에 22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AI 관련 반도체 매출은 10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습니다. 브로드컴은 다음 분기 AI 반도체 매출도 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브로드컴의 성장성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장의 기대치가 워낙 높아졌습니다. 최근 브로드컴은 전체 매출과 AI 반도체 매출 전망이 시장의 기대에 조금 못 미치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브로드컴의 202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인 222억 7,000만 달러에 소폭 미달했습니다. 다음 분기 AI 반도체 매출 전망도 160억 달러로 제시됐는데, 시장 예상치인 163억 6,000만 달러보다는 조금 낮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이 바로 마벨입니다. 브로드컴이 실적 가이던스를 소폭 낮춘 원인 중 하나가, 마벨 등 경쟁사의 등장이기 때문입니다.
5. 마벨은 ‘브로드컴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다.
마벨이 성장하는 더욱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고, 그 가운데에서 브로드컴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가 마벨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요 미국 기술 기업들의 2026년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7,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5년 약 4,000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 1등 기업만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력을 갖춘 2등 기업과 후발주자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돌아갑니다. 넘치는 수요로 인해 브로드컴은 이미 27년, 28년 물량까지 전부 충분한 주문 물량을 확보해놓았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금 주문을 해도 2년 뒤에야 제작이 시작될 것이고, 실제 제품 수령은 훨씬 늦어질수 밖에 없죠. 따라서 넘치는 수요가 마벨로 돌아가고 있기에, 마벨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도 특정 기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공급처가 한 곳뿐이라면 가격 협상력이 약해지고, 공급망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체하기도 어렵습니다. 주요 고객사들은 여러 기업과 협력하며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유인이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로이터는 브로드컴의 맞춤형 반도체 사업이 여전히 강하지만, 마벨도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의 관계를 확대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6. 마벨의 실적은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벨은 아직 브로드컴보다 훨씬 작은 기업입니다.
하지만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할 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마벨은 2027 회계연도 1분기에 24억 1,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18억 3,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습니다. 전체 매출의 약 76%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했습니다.
마벨은 다음 분기 매출도 약 27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증가하는 수준입니다. 회사는 AI 관련 주문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7 회계연도 내내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벨은 맞춤형 반도체 사업의 매출이 2029 회계연도에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기대감도 상당히 높아진 것입니다.
7. 엔비디아도 마벨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마벨의 기술력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2026년 3월, 엔비디아는 마벨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마벨은 엔비디아의 NVLink Fusion 생태계에 참여하여 맞춤형 AI 반도체와 고속 네트워크 기술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양사는 실리콘 포토닉스 등 차세대 광통신 기술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엔비디아와 마벨은 일부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맞춤형 반도체를 확대하면 엔비디아 GPU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마벨과 협력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AI 시장이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하나의 기업이 모든 영역을 독점하기보다 여러 기업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만 타이베이 GTC(글로벌 기술 컨퍼런스) 에서도,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다음 1조달러 진입 기업으로 마벨을 꼽기도 했습니다.
8. 마벨 주가는 왜 신고가를 기록했을까?
마벨 주가는 최근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벨 주가는 2026년 들어 세 배 이상 상승하며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 6월에는 S&P500 지수 편입도 결정됐습니다.(6/22일 편입 예정입니다.)
주가 상승의 배경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광통신 수요 확대, 엔비디아의 투자와 협업, 예상보다 빠른 데이터센터 실적 개선이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마벨의 시가총액은 2026년 6월 12일 기준 약 2,450억 달러입니다. 브로드컴의 약 1조 8,2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아직 7분의 1 수준입니다.
브로드컴과 동일한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마벨이 주요 경쟁자로 자리 잡는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외형은 더 높은 성장률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S&P 500 진입으로 인덱스 펀드 자금이 들어올 경우, 마벨의 주가 하방 방어력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앞으로 마벨 주가 흐름에 매우 긍정적인 시장 흐름입니다.
9. 하지만 지금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마벨의 성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좋은 기업과 저렴한 주식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2026년 6월 12일 기준으로 마벨의 최근 1년 기준 PER은 약 97배이며, 시장 예상 실적을 반영한 예상 PER도 약 62배 수준입니다. 반면 브로드컴의 예상 PER은 약 24배입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마다 계산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마벨이 브로드컴보다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벨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300% 이상 상승했습니다. 기대감이 큰 만큼, 실적이 시장의 높은 기대를 조금이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주가 변동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마벨을 공부하는 이유는 “당장 저렴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브로드컴을 뒤따르는 유력 기업이며, 앞으로 실적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 지켜볼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10. 마벨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
마벨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지만, 다음과 같은 위험 요소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첫째,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좋은 기업이라도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상승하면 조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둘째,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
맞춤형 반도체는 대규모 고객사의 주문이 중요합니다. 특정 고객사의 투자 일정이 미뤄지거나, 경쟁사에 주문을 나눠 줄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마벨도 공식 실적 자료에서 주요 고객사 의존도와 데이터센터 매출 집중도를 위험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브로드컴은 여전히 강력하다
마벨이 성장한다고 해서 브로드컴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브로드컴은 맞춤형 AI 반도체와 네트워크 시장에서 여전히 선두 기업이며, 매출 규모와 수익성도 압도적입니다.
넷째, 실적 기대치가 매우 높다
마벨은 이제 단순히 좋은 실적만 발표해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현재의 높은 주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결론: 브로드컴을 놓쳤다면, 마벨도 공부해 보자
마벨 테크놀로지는 브로드컴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맞춤형 반도체 ASIC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더욱 효율적인 AI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광통신 반도체는 수많은 AI 반도체와 서버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합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연산 능력뿐만 아니라 연결 속도도 중요해집니다.
마벨은 바로 이 두 가지 영역을 모두 갖춘 기업입니다.
다만 최근 주가가 매우 빠르게 상승했고, 예상 PER도 낮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고가에서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보다는, 관심 종목으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분할매수하는 방식이 더욱 적절해 보입니다.
브로드컴이 이미 거대한 AI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다면, 마벨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가는 기업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다음 주자를 찾고 있다면, 마벨 테크놀로지는 충분히 공부해 볼 만한 기업입니다.
모두들 성투하세요!
